브로드컴의 AI 반도체 매출은 108억 달러로 143% 뛰었고, 회사는 다음 분기 200% 넘는 성장까지 전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AI 시장이 커질수록 무조건 좋아지는 회사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잘 팔릴수록 커지는 딜레마
빅테크가 자체 AI 칩을 더 많이 만들수록 그 설계와 생산을 지원하는 브로드컴의 시장도 함께 커집니다. 문제는 브로드컴 안에서 가장 빠르게 크는 사업이 가장 마진이 낮은 사업이라는 데 있습니다.
지난 분기 반도체 솔루션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약 70%인데, 소프트웨어 사업은 무려 93%입니다. 반도체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지만, 더 효율적으로 버는 쪽은 소프트웨어예요. AI 반도체 매출 비중이 커질수록 전사 매출총이익률에는 오히려 하방 압력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브로드컴이 이익을 보호하는 법
그렇다고 브로드컴이 돈을 못 버는 건 아닙니다. 매출이 훨씬 빠르게 늘어나는 동안 영업비용을 통제해, 지난 분기 비GAAP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67.3%까지 높아졌습니다.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을 나눠서 봐야 하는 이유예요.
제품 구성 변화가 매출총이익률은 끌어내려도, 매출 증가 속도보다 영업비용을 천천히 늘리면 영업이익률과 영업이익 절대 규모는 계속 커질 수 있습니다.
마벨의 등장, 진짜 위협은 매출이 아니다
구글과 마벨이 맞춤형 반도체 개발 계약을 확대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마벨이 브로드컴의 TPU 물량을 빼앗는다"는 해석이 화제가 됐지만, 더 중요한 건 구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공급사를 더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커스텀 반도체는 고객과 오랜 기간 공동 설계해야 해서 하루아침에 공급사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시장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 일부 신규 물량을 경쟁사에 내주더라도 브로드컴의 절대 매출은 계속 늘 수 있어요.
그래서 진짜 위험은 매출이 0이 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브로드컴의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브로드컴의 방어 전략
첫째는 네트워킹입니다. 지난 분기 브로드컴 AI 매출의 약 40%가 스위치·고속 인터커넥트·DSP·광통신 같은 네트워킹에서 나왔는데, AI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가속기 간 데이터 병목을 막는 이 연결 구조의 가치도 함께 커집니다.
둘째는 금융입니다. 브로드컴은 아폴로·블랙스톤과 함께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XPV)을 만들었고, 첫 거래 규모만 350억 달러로 앤스로픽이 이용할 예정입니다. AI 인프라에 들어가는 돈이 너무 커져 자금이 부족한 고객이 칩을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상황을 풀기 위한 대응인거죠.
브로드컴 투자 리스크
❶ 가격 협상력을 지킬 수 있을까요
마벨의 진입으로 구글 같은 대형 고객이 복수 공급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매출 자체는 시장 성장으로 계속 늘 수 있지만, 고객의 힘이 세질수록 브로드컴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네트워킹 결합 전략이 이 압력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❷ 반도체 회사가 짊어지게 된 신용위험
브로드컴이 월가 자본을 연결해 고객의 인프라 구축을 돕는 순간, 과거에는 없던 신용위험이 함께 생깁니다.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데이터센터 가동률·임대수익이 예상보다 낮아지면, 해당 프로젝트가 원리금과 장기 구매 약정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때 계약에 포함된 보증·지원 범위에 따라 손실 일부가 브로드컴으로 넘어올 수도 있습니다.
브로드컴 종목분석
브로드컴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라는 마진이 다른 두 사업을 동시에 굴리면서 매출총이익률 압력을 영업비용 통제로 상쇄하는 구조입니다. 지금까지는 이 균형이 잘 유지되고 있지만, 경쟁 심화(마벨)와 새로운 금융 리스크(XPV)라는 두 변수가 동시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다음 실적에서 확인할 핵심은 매출 성장 자체가 아니라 협상력과 신용위험 관리라는 두 가지 새로운 질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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