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경제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통화 주권을 둘러싼 갈등이 시작됐어요. 한국은행이 국회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부정적 영향을 경고하고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촉구한 것은 단순한 규제 강화를 넘어선 의미를 갖고 있어요.
달러 코인이 43조원 규모로 침투했다
2024년 기준 달러 스테이블코인 국내 거래량이 3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43조원에 달해요. 이는 웬만한 대기업 연매출보다 큰 규모로, 단순한 가상자산 투기를 넘어 실물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더 우려스러운 건 정부 관계자 추정에 따르면 국내 무역거래의 1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비트코인과 테더를 현금으로 바꿔주는 ATM이 운영되는 것은 스테이블코인이 일반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완전히 들어왔음을 보여줘요.
은행보다 빠르고 싸서 선택받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선택받는 이유는 명확해요. 기존 은행 송금은 2-3일에 30-60달러 수수료가 드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1시간 내 완료에 수수료도 몇 달러에 불과해요.
2025년 7월 22일 기준 하나은행에서 미국 달러를 살 때는 1달러당 1409원, 팔 때는 1360원이에요. 반면 업비트에서는 1달러어치 테더를 1365원에 구매할 수 있어 환전 스프레드에서도 상당한 이점을 제공해요. 이런 비용과 시간상의 이점이 무역업계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활용도를 급속히 높이고 있어요.
규제 사각지대에서 자유롭게 유통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에서 유통되지만 외국환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그 쓰임새와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요.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대외 지급수단으로 쓰이지만 외국환거래법상 정의에 포함되지 않아 한국은행 모니터링 체계 밖에 있다"고 지적했어요.
이런 규제 공백은 자금세탁이나 탈세 등 불법적 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악용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요. 유럽연합은 해외 발행자도 국내 발행자와 마찬가지로 규제를 받지만, 한국은 아직 이런 규제 체계를 마련하지 않았어요.
미국이 디지털 달러 패권을 노린다
미국에서 최근 통과된 지니어스 법안은 디지털 시대의 달러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도구예요.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스테이블코인의 연간 송금 규모는 27조6000억 달러로 비자와 마스터카드의 각각 연간 거래량을 상회해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확산은 디지털 위안화로 국제 결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에 대한 맞불로 해석돼요.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월스트리트 주요 은행들이 컨소시엄을 결성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는 것은 미국 금융계가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도구로 인식함을 보여줘요.
정치권이 원화 코인 법제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공약 이행을 위해 정치권에서 활발한 입법 활동이 전개되고 있어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강준현, 안도걸 의원이 각각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도 2025년 7월 28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업 인가 기준을 자기자본 50억원 이상으로 한 법안을 발의했어요.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국가 차원의 전략적 육성과 정책 조율을 담당하게 해요.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이 17건, 카카오뱅크가 12건, 하나은행이 16개 상표를 출원하며 사업 선점에 나섰어요.
통화정책이 무력화될 위험이 커진다
한국은행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시 발생할 수 있는 통화 대체 현상이에요. 한은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산 시 통화 대체 현상을 통해 통화정책 유효성과 통화 주권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어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기업과 개인이 원화 대신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거래를 수행하게 돼요. 이렇게 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통화 긴축을 시도해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거래는 정책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아 통화정책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어요.
서클이 한국 시장을 노크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의 대표가 국내 시중은행 경영진과 릴레이 면담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패권 경쟁이 한국에서도 본격화되고 있어요. 서클의 수석이코노미스트 고든 리아오 박사는 "스테이블코인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대체하거나 경쟁하기보다는, 코인을 현장에 도입하기 이전에 학습과 실험이 가능한 실용적 수단"이라고 말했어요.
2024년 기준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글로벌 결제 규모가 10조 달러를 넘어섰고, 코인게코 기준으로 2025년 6월 말 현재 전세계 스테이블코인 규모는 2629억 달러이며, 이 중 99%가 미국 달러화에 연동돼 있어요. JP모건은 2030년까지 이 규모가 5000억-2조 달러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결론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경제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통화 주권이 실질적으로 위협받고 있어요. 국내 무역거래의 10%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되고 연간 43조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위험이 커지고 있어요. 미국은 지니어스 법안과 월스트리트 금융기관들의 참여로 디지털 달러 패권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있고, 서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이미 자리 잡은 달러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견제하기엔 역부족일 수 있어요. 앞으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어떻게 마련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지가 한국의 통화 주권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