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분 방식이 도입됐나

이번 거래는 CHIPS 법으로 예정됐던 보조금 57억 달러와 ‘Secure Enclave’ 프로젝트 지원금 32억 달러를 주식으로 전환해 이뤄졌습니다. 정부는 이사회 참여나 경영 간섭 권리가 없는 수동적 지분(경영 관여 권리가 제한된 지분)을 보유하며, 주주총회 표결 시에는 이사회 권고에 따르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주식의 추가 매입 권리인 워런트(정해진 가격으로 일정 기간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5%를 부여했는데, 이는 인텔의 majority ownership(51% 이상 지배력)이 약화될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도록 조건이 붙었습니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지분을 통해 인텔의 주가 상승이나 배당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며, 이는 “보조금의 무상성이 줄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삼성전자에 적용된다면 어떤 파장이 있을까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같은 방식이 삼성전자에 적용될 경우 약 1.6% 지분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옵니다(2024년 12월 미 상무부 발표 기준 삼성의 CHIPS 지원금 47.45억 달러를 단순 환산). 다만 이는 단순 산술치일 뿐이며 확정된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요구가 현실화된다면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외국 정부가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은 지배구조에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고, EPS(주당순이익) 희석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결과적으로 “보조금 수혜”라는 호재가 “지분 구조 리스크”라는 새로운 변수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TSMC 선례가 보여주는 가능성

TSMC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텔과 달리 TSMC·마이크론에는 지분을 요구하지 않았고, TSMC 경영진도 “지분 요구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만약 지분 요구가 나올 경우에는 보조금을 반납하겠다는 보도까지 있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또한 “삼성 지분 요구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선례를 보면 삼성전자에 동일한 조건이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다만, 정책 환경이 급변할 수 있고 행정부 발언이 수시로 수정되는 만큼 “가능성 자체가 완전히 배제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분 방식의 포인트

이번 모델은 크게 세 가지 신호를 줍니다.
① 미국 정부가 보조금 대신 지분을 통해 기업의 성과와 리스크를 함께 나누려 한다는 점입니다.
② 지분이 무의결권이라 하더라도 워런트나 조건부 권리 등 정치적 변수가 기업 의사결정에 스며들 수 있습니다.
③ 보조금 지급이 관세·수출통제·국방 협력과 연계될 가능성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한국 시장 입장에서는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이 커질 수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의 포인트

오늘 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① 삼성·SK가 지분 요구에서 예외로 명시될지, ② 기존 확정된 지원금 구조에 변경이 있을지, ③ 지분 성격(무의결권, 워런트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될지, ④ 관세나 수출통제와의 패키지 연계 여부가 확인될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결론

인텔 사례는 보조금 정책의 새로운 실험이며, 삼성전자에 동일한 요구가 적용될 가능성은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투자자라면 단기 지원 호재만 볼 것이 아니라, 지분 구조와 정책 변수라는 새로운 리스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